님 책을 평소에 많이 읽는 편인가요? 영상을 더 많이 보는 편인가요?
위 이미지는 정보처리 및 상위 인지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활성화 정도를 보여줍니다. 파란 색일수록 활성화 정도가 낮고, 붉은 색일수록 활성화정도가 높은 거죠.
동영상을 볼 땐 거의 '졸린 뇌'에 가까운 상태이고, 오디오북은 그나마 낫네요. 책(줄글)을 읽을 때 비로소 우리 인간은 '뇌'를 씁니다. 머리를 쓰는 상태, 머리가 돌아가는 상태예요. 이건 능숙한 독서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서 보아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능숙한 독서가는 붉게 활성화되는데 반해, 평소 줄글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은 뇌 활성화 정도가 감감무소식이죠.
책을 잘 읽고 싶다면, 일단 읽어야 합니다. 읽는 사람이 더 잘 읽는다는 뻔하지만 중요한결론입니다. 전체 콘텍스트(의미 구성하는 전후상황적 맥락)를 읽는 맥락적 사고보다는 하이라이트 요약 영상과 빨리감기에 익숙한 요즘 우리에게는 특히나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책 읽는 것이 익숙하고 어렵지 않은 분이라면 이번 뉴스레터는 시시할 겁니다.
그러나 책을 읽기만 하면 졸리고, 아니면 잡생각이 많이 나고 집중이 좀처럼 안 된다면 인생의 유용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지요.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인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 매리언 울프는 말했습니다.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이다.”
그거 아세요? 우리가 앉는 자세마저도 자연스럽게 설계되지 않아서 인류 역사에서 보면 부자연스러운 자세라는 사실이요. 일어서며 진화한 인간이 의자에 앉으며 퇴화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말이에요. 우리가 앉아서 책을 집중해서 읽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노력이 기울여져야만 가능한 '순응'의 문제라는 겁니다. 원래 힘든 게 정상이고요.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살짝 이상한(POSITIVE) 사람들인 거예요. 부러워 할 수는 있어도 자책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그들의 노력이 대단한 것이지 내가 모자란 게 아닙니다. 아직 노력을 덜 했을 뿐.
원래 독서는 '힘든 것'이니까요.
책을 읽는 행위가 낯선 뇌로 타고났다고 하니, 책을 더 잘 읽고 싶다면 나름의 훈련 루틴이 있어야 합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는 <디 에센셜: 한강>에서 자신의 루틴을 밝혔는데요.
"매일 시집과 소설을 한 권씩 읽는다. 문장들의 밀도로 다시 충전되려고. 스트레칭과 근력운동과 걷기를 하루에 두 시간씩 한다. 다시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게."
한강 작가도 이렇게나 치열합니다. 당장 우리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힌트는 얻을 수 있죠. 책상 앞에 오래 앉을 수 있게 근력 운동이나 걷기가 필요한 겁니다. 세계적인 작가도 매일 책을 읽어야 더 나은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훈련은 계속되어야 하죠.
그러면 여기서 하나 질문을 던져보죠.
님은 무엇 때문에, 왜? 책을 읽으려고 하나요?
'텍스트힙'이란 말처럼 멋져 보이고 싶어서요? 이것도 좋은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책을 읽는 고개의 각도는 상대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각도라고도 하더라고요. 대학 캠퍼스나 지하철, 버스, 직장 등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다면 책 읽는 코스프레라도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매력적인 '각'을 최대한 노출하세요.
잘 보이고 싶어서 책을 읽는 마음, 좋습니다. 어디 가서 아는 척 좀 하고 싶어서 읽는다고요? 이것 또한 저는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데 불순한 동기 같은 건 없습니다. 지적허영심으로 시작해서 자신의 지적 결핍을 깨닫고 조금씩 채워가는 사람을 많이 보았거든요. 자신이 뭘 모르는지 아는 사람은 진짜 '아는' 사람입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있습니다.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사람보다 위험하다는 말처럼, 한 권만 읽고 모든 세상을 그 한 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문제가 있겠죠? 저자의 말에 저항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고, 공감하거나 동의한다면 조금 더 들여다 보고 천착해가는 독서도 좋습니다. 한 권의 책에서 머물러 정체하는 것만 경계한다면 어떤 독서를 말릴 수 있을까요?
저와 같이 글을 더 잘 쓰고 말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책을 읽을 수도 있겠네요. 평소 단어를 자꾸 깜빡깜빡 해서 어휘력 증진을 위해 책을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얻고 싶어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요. 어떤 저자에 꽂혀서, 표지 디자인이 예뻐서, 베스트셀러라서, 제목이 왠지 모르는 위로를 주어서... 다 책 읽기에 너무 좋은 동기입니다. 지금, 다시 시작만 하세요.
지금껏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면, 부끄러움만은 거두었으면 합니다.
책 읽는 건 원래 힘든데 책을 읽기 위해 서점, 책방, 도서관에 가거나 밀리의 서재, 리디북스와 같은 전자책 뷰어를 켜서 한 문장이라도 읽는 일 모두 그 대단하고 힘든 일에 도전하는 거니까요. 집중해서 책 읽기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도전하세요. 책을 덮었다면 며칠 내에 다시 펼쳐 보세요. 그러면 괜찮습니다.
이건 글쓰기 레터이니까, 이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책을 많이 읽으면 누구나 글을 잘 쓴다?는 참이 아닙니다.
하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 중에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글을 쓰는 건 아웃풋(출력)이고요. 책을 읽고 일상에서 경험하는 건 인풋(입력)입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은 여기에도 적용이 되는 말인 거죠.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책 읽기와 경험 쌓기는 기본 소양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자꾸 써 보고 고쳐봐야겠죠. 독서도 글쓰기도 훈련입니다.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어요. AI 마저도요.
AI에게 대신 써달라고 100% 맡기면 내 글쓰기 역량은 점점 줄어들 겁니다.
그러니 글자를 새겨보는 훈련은 오늘, 내가 직접 해야만 합니다.
책을 읽어 보세요. 내가 끌리는 책, 관심있던 분야부터 읽기 시작해서 조금씩 뻗어가세요. 생기부 때문이 아니라면 권장도서는 잠시 뒤로 미뤄도 좋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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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음주 토요일!
이동영 작가가 오는 4월 26일(토) 19시부터 줌 온라인 특강을 합니다.
글쓰기라면 무엇이든 물어봐도 될까요? 아니요.
이동영 작가는 에세이 작가이자, 전) 콘텐츠 마케터로서 답변 드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무엇이든 60분 동안 소통하기 위해서 본 특강을 연 거랍니다.
또한 네이버 블로그와 카카오 브런치스토리도 10년 운영을 했으니 쌓인 노하우를 무료로 풀어드릴 수 있어요. 단, 질문을 해야 풀어드릴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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